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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그래머와 개발자 사이, 개발자와 개발자 사이
    Essays 2008. 9. 29. 12:40
     난 개발자(developer)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프로그래머(programmer)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programmer는 뭔가를 pragram하는 사람이다. 성능, 사용자/유지보수 편의성 등등 용어를 다 합해서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계획하고 쓰레드들의 일정을 조정하고 스케줄을 짜는 사람. 여기에서 cost가 비집고 들어올 여지는 따로 신경 쓸 만큼 크지 않다. 미리 program 해놓은 것을 '갑'의 입김이 어찌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다. control은 프로그래머에게 있다. 이런 사견이 비경제적, 비현실적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비경제와 비현실에서의 '경제'와 '현실'은 주식회사의 주주들의 것이고, 계약의 우위에 있는 '갑'의 경제와 현실이지 실제로 프로그램을 접하는 사용자나 유지보수를 하는 프로그래머의 그것들이 아니다. 개발자라고 하면 그 경제와 현실을 신경 쓰는 현업의 뉘앙스가 있어서 좋아하지 않는다.

     위키피디아에서는 developer (정확히는 software developer)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A 'programmer' can be celebrated just for writing code, but a 'developer' could be involved in wider aspects of the software development process such as: Design, Code, Testing, Maintenance, etc." 요약하면, programmer는 코딩을 신경쓰는 사람들이고 software developer는 software development process의 넓은 범위의 것들을 모두 신경쓰는 사람들이다. 한 마디로 developer가 더 멋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다.
     즉 developer는 '개발자'가 아니라 '계발자'였던 것이다! develop라는 단어는 자원, 토지 등을 개발한다는 뜻도 있지만 발달, 발전시키다, 계발하다 라는 뜻이 있는데, 원래의 의미는 후자였던 것을 누가 전자의 '개발'로 번역해서 보급한 것인가, 한탄스럽다. 물론 software development가 건축공학과 굉장히 유사점이 많긴 하지만 software development process가 건축의 프로세스와는 분명하고 정체성 있는 차이점을 가진다는 걸 생각하면, '개발자'는 좀 아니다. 무슨 삽질하는 사람처럼 들리지 않는가? 실제로 삽질을 하기 때문에 조금 발이 저리는 점도 있지만... :)

     programmer가 코딩이 곧 나고, 내가 곧 코드인 코아일체의 경지를 추구하는 스타일의 타짜 평경장이라면, developer는 칼로 배때지를 쑤시든, 도끼로 마빡을 찍든 고깃값을 번다는 자본주의 정신을 가진 아귀라고 할 수도 있겠다. programmer의 로망이 곧 비현실적인 아티스틱 코드의 생산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상주의자로 불리기를 거부한다! 왜냐하면 프로세스보다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고 그것은 곧 장기적으로 더 현실적이고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코딩하는 노인이 자꾸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일정보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향하고 장인정신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나는 programmer가 되고 싶다.

    p.s. 분유값 벌기 위해 '개발'은 하더라도 '계발'에 대한 열정을 잃지는 않겠다. 개발자를 '계발자'로 인식하는 사회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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