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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8. 15Poetiary 2009. 4. 3. 00:28
8월은 분별을 일깨워 주는 달이다. 사랑에 빠져 철없이 입맞춤하던 꽃들이 화상을 입고 돌아온 한낮, 우리는 안다. 태양이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저 눈부신 하늘이 절망이 될 수도 있음을, 누구나 홀로 태양을 안은 자는 상철 입는다. 쓰린 아픔 속에서만 눈뜨는 성숙, 노오랗게 타 버린 가슴을 안고 나무는 나무끼리 풀잎은 풀잎끼리 비로소 시력을 되찾는다. 8월은 태양이 왜, 황도(黃道)에만 머무는 것인가를 가장 확실하게 가르쳐 주는 달. - 오세영님의 '8월' - 2009. 4. 2 군생활 동안 '작은 생각'이라는 책을 꽤 즐겨 읽었다. 2005년 8월자에 실려 있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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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8. 13Poetiary 2009. 4. 3. 00:27
오늘... 8월 13일... 라는 영화를 봤다. 꽤 지난 영화인데도, 티비에서 오늘에야. 약간 쇼크였다. TV가 많이 싫어졌다. 꽃미남, 꽃미녀들만 나오는 TV가. 아니, 사실은 내가 싫다. 혐오감을 느꼈다. 나도 색안경을 여러 개 끼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내가 추구하는 자유와 개성에 너무 반대되는 모습이기에 이제 TV는 자주는 안 보리라. 내면의 아름다움이라... 모르겠다. 그런 아름다움을 가진 몇몇 사람들이 있는 건 같지만 내게도 그런 게 있는 건지. 중요한 건... 난 우주에 홀로 툭 떨어진 외로운 한 생명이 아니라는 거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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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7. 28Poetiary 2009. 4. 3. 00:25
비가 오는 날에, 뉴스에서는 호우주의보니, 호우경보니 하늘 말들, 햇살 쨍쨍할 때는 안 불던 바람도 설렁설렁 불고, 밖에 나가면 왠지 큰일 날 것 같지만. 대략 오늘(비 오는 날)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ㅡ정확히는 순정소설을 읽다가 지겹거나 졸려서 중간에 그만두지 않을 사람들에게ㅡ 이치가와 다쿠지의 를 추천합니다. 비의 계절인 6월에서 닷쿤과 유지의 미래까지, 그리고 당신의 비의 계절에서 당신의 미래까지, 미오의 사랑이 잔잔히 흐를 것을 믿습니다. 책 광고하는 것 같지만, 그들의 새로운 연애와 사랑이야기는 정말로, 진정으로, 눈시울이 시큰하면서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게 만들 것입니다. 감동의 빗방울이 당신의 가슴에도 촉촉히 내리길. 추신. 오늘 휴가 나와서 할머니께서 심으셨던 옥수수를 먹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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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6. 15Poetiary 2009. 4. 3. 00:22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외할아버지도 없던 우리(삼남매)는 '외'할머니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냥, 할머니였는데. 상병 정기 휴가 첫날, 새벽 3시 쯤 집에서 자다가 어머니께서 전화 받는 소리에 나도 깨었다.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시는 어머니, 나는 정신이 또렸해졌다. 한밤중, 채비를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 나는 밖으로 나왔다. 사람이 죽으면 소식을 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약간의 죽음이 내린다. 세상은 조금 어두워지고 약간 더 무거워진다. 하늘을 보니 달도 없고 별도 없고 어둠만이 둥실 떠있다. 집 주변의 논, 밭, 길, 땅들도 몇 센티미터 쯤 가라앉은 것 같다. 아무 것도 없는 도로를 미끄러져서 원주를 향해 질주하는 트럭. 어머니는 영문을 모르겠다며 여기저기 전화를 하며 받으며 달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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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3. 24Poetiary 2009. 4. 3. 00:15
03. 18. 새우깡을 먹었다. 맛있는 새우깡. Dove로 세수하고 샴푸했다. 촉촉한 도브. 친구와 함께 모닝커피를 마셨다. 고마운 친구. 매일 아침, 삶의 이유를 마신다.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면 하루가 가슴에 들어온다. 03. 24. (위에 덧붙임) 내 안에 온 세상을 담는 것도 세상이 내 안에서 모두 빠져나가는 것도 매번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다. 오늘 같은 아침처럼 눈 감기 전까지 반복될 새롭고 행복한 일상이다. - 2009. 4. 2 상병 진급 두 달 만에 우울증을 많이 회복한 느낌이다. 고마운 친구란 3개월 고참이지만 나이가 동갑이라 맘 열고 지냈던 분대장 김용락 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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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2. 28Poetiary 2009. 4. 3. 00:07
에쿠니 가오리(Kaori Ekuni)의 '낙하하는 저녁(Rakkasuru Yugata)'를 읽었다. 일본 여작가들의 문체가 비슷한 것인지 역자(김난주 님)가 같아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3. 17 (날짜는 다르지만'낙하하는 저녁' 감상문라서 여기에 씀)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또렷한 일상. 하루하루 똑같은 듯 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하루하루 평범하지만 계속해서 변화하는 사연, 인연. 써지는 대로 자연스레 쓴 글씨가 다른 사람에겐 개성있고 잘 쓴 것처럼 보이듯, 평범하지만 작은 변화의 조각이 톡톡 튀는 그들(소설의 주인공들)의 일상이 내겐 아름다워 보이고 그리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