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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 2. 21 무제
    Essays 2009. 2. 21. 22:53
    답답한 마음에 공원에 나가 담배를 피웠다.
    밤은 여전히 투명했다.
    토요일, 하루 종일 집 안에 있었다.
    눈을 뜨고 나서 청소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밀린 드라마를 보고,
    컴퓨터에 담아 놨던 영화를 보고,
    책을 하나 펼쳐 들었다가
    답답한 마음에 공원에 나가 담배를 피웠다.
    이사 온 후 내게 많은 여유와 기회를 주는 고마운 장소다.
    농구를 하는 사람들, 운동 삼아 트랙 위를 걷는 사람들.
    그리고 한 대 더.

    토요일 하루 종일 집안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많은 지
    내가 담배를 피우며 서 있던 그 벤치 근처에는
    십 수 개의 담배 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나무와 종종 대화를 하는 나인데
    옆에 있는 나무에게, 이 공원에게 미안했다. 창피했다.
    주변에 떨어진 꽁초들을 모두 주워 가까이 있던 쓰레기통에 버렸다.

    공원 내는 금연이다.
    어디서 갑자기 담배 연기가 날아오면 나도 싫기에
    바람이 공원 쪽으로 불지 않기를 바라며 입에 물고 있는 것을 금방 피워버렸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오직 마음으로만 세상이 모두 행복하길 바랬다.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난 여기 섞여 있지 않은 건가. - I don't belong here? -
    답답함은 여전하지만 책을 읽기 위해 다시 집으로 들어온다.
    샨사의 '바둑 두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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