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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자가 될 만한 사람
    Essays 2008. 9. 1. 12:34
    오늘처럼 하루 종일 비가 오는 날이면
    밖으로 나갈 수 없고, 무슨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나도 어느 샌가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부자가 될 사람과 그럴 가능성이 적은 사람의 차이란 무엇일까.

    오전 늦게 일어나 세수를 하고 기분이 내켜서 면도를 하면서 갑자기 생각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펜대 밑에, 아니 모니터 위에 풀어보려 한다.

    평소 내가 사용하는 면도기는 날이 3개이다.
    학생 때부터 - 엇그제 대학을 졸업했다 - 지금까지 2년 가량 쭉 사용해오던 제품이다.
    가격대를 고려하면 싸구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다고도 할 수 없는 3중날.

    한 달 정도 전에 동생이 5중날의 면도기를 가져왔다.
    같은 회사 제품인데 이 모델은 제품 라인업에 아주 상위에 있는 고급 면도기.
    내게 호기심을 불러일이킨 건 바로 이 5중날 면도기에 대한 나의 관점이다.

    '면도에 날이 5겹까지 필요한가?'
    '아직 기존에 쓰던 리필용 면도날이 두어 개 남았으니 그걸 다 쓰고 바꿔야지.'

    처음에 이렇게 생각했다, 말 그대로 참 나답게.
    어렵게 말하면 면도한 결과의 품질과 면도기 가격(날 개수)의 트레이드오프...
    어렵게 말하는 건 관두고.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일반적으로 더 좋다고 생각되는 변화조차 거부한다.>

    거울을 보며 평소 가끔 하는 생각이 또 다시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난 부자가 될 만한 사람이 아니야.'
    내게 오는 돈을 벌 기회의 횟수와는 무관하게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시중에 나오는 부자 되는 책들에서 습관, 마인드 등등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한
    알록달록한 도서 마케팅 용어로 이런 생각을 접해본 지 오래이지만,
    이렇게 강하게 머리 속을 울린 적은 없었다.
    거울 앞에서 면도를 하다가 갑자기 든 생각이 그럴 거라고는.

    동생이 나의 입장이었다면, 그러니까 내가 고급의 새로운 무언가를 동생에게 주었다면
    기뻐하며 당장 그것을 사용할 것이다.
    기존에 쓰던 건 그게 뭐든지 간에 한 동안은 방콕을 하게 되거나 버려질 것이다.
    동생은 부자가 될 만한 사람이다.

    누나도 얼리 어댑터 중 얼리 어댑터이지만,
    새롭고 특이한 것에 관심을 둘 뿐이지 돈으로 환산해서 좋은 것에 관심을 두는 스타일은 아니다.
    럭셔리함을 고려하지 않고 선택했는데 그 때마다 선택된 것이 비싼 경우가 허다한 스타일.
    그래도 나보다는 잘 살 사람이다.

    난 더 비싸보이는 것보다 익숙한 걸 좋아한다.
    특이하거나 유일해 보이는 - unique - 걸 좋아하지만 자기 스타일과 돈을 저울질 하지는 않는다.
    옆에서 보면 피곤하고 아주 깐깐한 타입.
    내  스타일을 지켜나가고 싶지만, 나는 부자도 되고 싶다.
    이거 난감하다.

    어쨌건 난 당장 5중날을 쓰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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