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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 11. 10.
    Poetiary 2009. 4. 2. 23:26
    경춘선을 끼고 달려내려온 안산을 향하는 시외버스.
    11시 20분 차를 타고 그곳에 내가 있었다.
    막바지 단풍의 클라이막스를 보여주는 수많은 산과 나무들이
    이제 오후가 되면 비가 내릴 거라고 말하는 듯한 잿빛 하늘과 함께
    '현실은 화려하고, 나는 우울하다'라는, 어느 죽은 시인이 말했을 법한 말들을
    한없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내게 하고 있었다.
    가끔 우울증 비슷한 상태로 되긴 하지만 평소 아주 낙관적인 사람이기에,
    잿빛 하늘 뒤의 눈부신 해가 잠시 후 비로 씻긴 세상을 찬란히 비출 것이라고 믿으며
    평소에 밝게 생각하던 사고의 습관이 그렇게 허무한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아까까지 학교(강대) 정문에 서 있던 모습을 떠올리며
    과거 대학 신입생 때의 멋도 모르던 자신과
    미래에 복학한 후의 역시 멋 모를 자신이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는 듯이 현재의 나를 오버랩 해버렸다.
    한 순간의 내 모습에서 과거와 미래와 그 사이 간신히 끼어 있는 자신을 본 느낌이랄까.
    만일 지금이 어둑한 밤이라면
    반대편 차선을 보고 있는 내 시선에는
    마주오는 차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이따금씩 반복되는 빛과 어둠이
    뚜렷이 기억나는 추억들과 그렇지 못한 희미한 기억들처럼
    휘리릭 지나가버리는 줄줄이 기차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N.P.를 읽는 지금의 모습을 난 어떻게 해야할까.
    곧 비가 내릴 듯한 저 하늘을 반사하고 있는
    곧 눈물 날 듯한 나의 두 눈을 어떻게 해야할까.
    하고 망설이다가 잠시 감았다가 뜬 눈에는 어느 새 안산 터미널의 입구가 들어와서
    시간은 화살이라는 사실에 약간의 당황스런 어지러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우울증이 시작된 것 같다.

    - 2009. 4. 2
    2004년 1월 6일이 군대 입대일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다시 읽어보면 조금은 당시의 내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듯.
    요시모토 바나나의 N.P.를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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