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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 10. 04
    Poetiary 2009. 4. 2. 23:43
    언젠가 조금은 환상적인 느낌이 들 때면

    눈을 감고 고개를 약간 들고 숨을 깊게 한 번 들이쉬면

    수면이 보인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수면이

    어디선가 불어오는 빛과 함께 찰랑거린다.

    그 일렁임은 아주 부드럽고 어딘가 호흡과 닮아있다.

    숨을 쉬어도 물방울 같은 건 전혀 생기지 않는다.

    물 속인지 맥주 속인지 알 길도 없지만

    하나만은 확실하다.

    정말 편안한 느낌이란 것,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아도 충분할만큼.


    그건, 음-, 엄마 뱃속 양수 안에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은 아니다.

    약간은 시원한 밤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고민 없이 생각 없이 잠이 아주 잘 올 듯한 기분과 함께

    푹신하고 넓은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쓴 채로

    팔과 다리를 편하게 쭉펴고 눈을 감으면

    그제야 전신을 타고 천천히 부드럽게 흐를 듯한 느낌, 이다.

    혹은, 추운 날 이제 막 뽑은 자판기 커피를 손에 들고 1분 정도

    따뜻함을 느끼며 참은 뒤 마시는 첫모금의 커피향하고도

    비슷한 감이 있고,

    비슷한 날, 쌀쌀함을 포근함으로 바꿔주는 햇살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며 거리를 걷고 있을 때 살랑, 하고 딱 한 번 불어와

    얼굴을 어루고 간 바람에 가던 방향의 하늘을 올려다볼 수 밖에

    없을 때의 느낌하고도 조금 비슷하다.


    그 수면이 비추는 색깔은 정말 오묘하다.

    레드와 그린이 주를 이루는 강한 원색들의 조화에 투명과

    불투명이 동시에 보이는데, 그건 마치 아무도 모르게 깊은

    숲속에 살고 있는 요정들이 축제를 벌일 때 마시는 그들의

    영생을 지켜주는 고귀한 술에 맛을 더하기 위해 아침 폭포에

    떠오른 무지개를 녹여넣은 듯하다.



    - 2009. 4. 2
    산문시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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