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밤을 굉장히 좋아해.
생각해보니 말로 누군가에게 그런 얘기를 해본 적은 없네.
쿡, 아무도 모를지도.
같은 색깔도 검은 배경 안에서는 더 선명하게 보인다고 했나.
밤이 되면 나 자신의 채도가 높아지는 느낌이야.
더 솔직하고 분명하게 자신이 보여.
수없는 반성과 성찰, 타산지석, 언행일치, 절망으로부터의 희망.
생각하고 겪고 실천하는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Who am I?', 'What am I living for?'라는 이름의 두 친구는
오늘도 나와 함께 밤을 보내네.
누가 그랬어,
생각이 많으면 사는 게 힘들다고.
그래서 여태 삶이 힘들었나봐.
아까 낮에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TV 프로그램을 봤어.
세상에 10명 밖에 안 걸린 희귀병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 3살 아기가 나오더라.
그런 걸 보고도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다니...
정말 겸손하지 못 하지??
자신에게 부족함을 더 느낄 수록
밤은 더욱 투명해보여.
오늘 밤은 유난히 그렇네...
- 2009. 4. 5
사는 게 힘들다는 건 경제적 조건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사람마다 엄연히 다른 상대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합리화시키기에는 당시 아기 생명이 너무 위태로웠고, 부족한 자신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앞섰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누군가는 먹을 게 없어 굶어 죽어가고,
또 누군가는 스테이크를 자르다가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일어서고,
여기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하는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