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침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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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었다Essays 2008. 3. 4. 23:02
밤이 되었다. 건물들의 검은 실루엣에 선선함이 스쳐 지나간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밤이다. 담장 너머로 간간히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낡은 창문을 억지로 열 때의 소리 같다. 보름달도 아닌데 산 가까이 뜬 달이 유난히 크고 밝다.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 저 넘어 코발트빛 하늘로부터 바람에 쓸려온 추위가 코 끝에 부딪혀 물방울처럼 튀기는 순간, 나는 뚜렷이 현재를 보았다. 그것은 아주 진했지만 맑았고 움직이지 않았지만 일정하지 않았다. 금방 짜놓고 아직 물을 섞지 않은 수채물감 같았다. 그걸 찍어 그림을 그려볼까 생각의 붓을 들었다. 밤을 헤집는다. 2004. 9. 23 - 군생활 어느 여름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