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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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조금은 환상적인 느낌이 들 때면Essays 2008. 4. 2. 21:30
언젠가 조금은 환상적인 느낌이 들 때면 눈을 감고 고개를 약간 들고 숨을 깊게 한 번 들이쉬면 수면이 보인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수면이 어디선가 불어오는 빛과 함께 찰랑거린다. 그 일렁임은 아주 부드럽고 어딘가 호흡과 닮아있다. 숨을 쉬어도 물방울 같은 건 전혀 생기지 않는다. 물 속인지 맥주 속인지 알 길도 없지만 하나만은 확실하다. 정말 편안한 느낌이란 것,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아도 충분할만큼. 그건, 음-, 엄마 뱃속 양수 안에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은 아니다. 약간은 시원한 밤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고민 없이 생각 없이 잠이 아주 잘 올 듯한 기분과 함께 푹신하고 넓은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쓴 채로 팔과 다리를 편하게 쭉펴고 눈을 감으면 그제야 전신을 타고 천천히 부드럽게 흐를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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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멋진 생각Essays 2008. 4. 2. 20:55
아침마다 삶은 눈처럼 내린다. 그것은 꼭 아침이라야 한다. 초겨울이어야 함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낙엽과 첫눈이 만날 때 즈음 앙상 말라 더 높아 보이는 나무 꼭대기의 까치 둥지처럼 그것은 꼭 그럴 때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내 입처럼 모락모락 끝없이 김을 내뿜는 하수도에 대한 동질감이나 까치 우는 소리와 히터의 스팀 소리의 상관관계 같은 이질감, 그리고 전후자 틈틈에 끼어 있는 존재들에 대한 크고 작은 이미지를 말이다. 때묻은 자신도 남도 눈처럼 투명하게 보이는 시간, 영화 같은 깨끗한 사랑을 소복소복 쌓아갈 수 있을 듯한 느낌, 군데군데 파릇파릇한 잔디가 남 같지 않다. 2003. 12.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