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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빗줄기가 비수가 되어 꽂힌다.
못다핀 가슴에 구멍이 송송
분수처럼 파르르 떨며 흩어져 내린다.
즈려밟혀 빨갛게 물들고 어둡게 덧칠해지길 며칠
한맺힌 아지랑이 비틀비틀 일어나는 날
떠나는 봄의 뒷모습 너머로
저 왔다고 벌써 손 흔드는 여름의 앳된 얼굴
인상 펴고 맞이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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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남쪽은 몰라도 춘천은
이제 벚꽃이 활짝 피었고 때마침 주말이었는데,
비바람이 몰아쳐서 다 떨어져 내었다.
일 년의 기다림이 허무하게도.
하지만 하늘과 비바람을 그냥 용서하련다.
벚나무는 그리 하였을 것이기에.
자연현상의 관점에서, 비 온 원인이 있고
바람 분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자연은 묵묵히 원인과 결과를 실천할 뿐인데
인간이 제 아쉽다고 거기다 뭐라 할 수는 없지 않나.
지나가고 지나가는 것이니,
작년보다 일찍 와서 유난히 힘껏 손 흔드는, 여름 맞이할 뿐.
2012.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