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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쓴 글을 시라고 읽는 것Poetiary 2010. 1. 16. 17:19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시를 썼다.
뭐 시처럼 글을 썼다.
윤동주님의 '서시'는 내게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멋진 영상과 웅장한 음악이 섞인 스케일 큰 영화보다 더 크고 넓고 꽉 차는 무언가를 가슴에 남기고 생각하게 해주었다.
이 만큼 멋진 시를 쓸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후 내가 쓴 결과물들은 쓰는 족족 다른 시와 비교하는 속좁은 내 마음 만큼이나 형편 없었다.
써놓고 혼자 좋아할 뿐 이내 사라지는 꽃다발의 향기처럼 퍼지지 않았다.
십여 년 후 Kimberly Kirberger님의 'If I knew'를 만났다.
솔직하고 담백한 生의 이야기, 아름다웠다.
그리고 난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스스로 쓴 글을 '시'라고 읽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무엇이 이토록 부끄러운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