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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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3. 24Poetiary 2009. 4. 3. 00:15
03. 18. 새우깡을 먹었다. 맛있는 새우깡. Dove로 세수하고 샴푸했다. 촉촉한 도브. 친구와 함께 모닝커피를 마셨다. 고마운 친구. 매일 아침, 삶의 이유를 마신다.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면 하루가 가슴에 들어온다. 03. 24. (위에 덧붙임) 내 안에 온 세상을 담는 것도 세상이 내 안에서 모두 빠져나가는 것도 매번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다. 오늘 같은 아침처럼 눈 감기 전까지 반복될 새롭고 행복한 일상이다. - 2009. 4. 2 상병 진급 두 달 만에 우울증을 많이 회복한 느낌이다. 고마운 친구란 3개월 고참이지만 나이가 동갑이라 맘 열고 지냈던 분대장 김용락 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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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2. 28Poetiary 2009. 4. 3. 00:07
에쿠니 가오리(Kaori Ekuni)의 '낙하하는 저녁(Rakkasuru Yugata)'를 읽었다. 일본 여작가들의 문체가 비슷한 것인지 역자(김난주 님)가 같아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3. 17 (날짜는 다르지만'낙하하는 저녁' 감상문라서 여기에 씀)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또렷한 일상. 하루하루 똑같은 듯 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하루하루 평범하지만 계속해서 변화하는 사연, 인연. 써지는 대로 자연스레 쓴 글씨가 다른 사람에겐 개성있고 잘 쓴 것처럼 보이듯, 평범하지만 작은 변화의 조각이 톡톡 튀는 그들(소설의 주인공들)의 일상이 내겐 아름다워 보이고 그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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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2. 14Poetiary 2009. 4. 3. 00:04
입가에는 괜히 미소가 지어지고 하늘을 향해 눈을 굴리게 되고 가슴이 계속 콩닥콩닥 거리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확실한 의지가 가슴 속에서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듯한 느낌. 가족이나 연인에게 사랑을 주거나 받을 때, 친구와 깊은 우정을 주고 받을 때, 잘 모르던 사람과의 만남에서 새로이 기분 좋은 인연이 시작됨을 느낄 때, 그리고 프로그래밍할 때, 나는 이럴 때 저런 느낌이 든다. 당신은 어떨 때 저런 느낌이 드나요? 인생의 강물이 흐르는 걸 편안히 바라보는 그런 느낌.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 솔직한 자신과 대면하는 듯한, 느낌. 어렴풋이나마 자신이 왜 사는지 알 것 같다. 왜 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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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 13Poetiary 2009. 4. 3. 00:01
오늘이 눕고, 시간이 가득한 시선엔 어제보다 별이 빛나고, 꿈꾸는 영혼의 이야기도 밤구름 위에 잠시 쉬고, 크나 작으나 종이배 강물은 똑같이 흘려보내니, 마음도 저만치 떠내려가 경치에 섞여 달맞이꽃 되고. - 2009. 4. 2 불침번이나 경계근무가 끝난 새벽, 일어났던 자리에 피곤한 몸을 누이면 창 밖으로 달과 구름이 흘러가곤 했다. 도시의 불빛 사이에서는 밤에 하늘 볼 일이 별로 없지만, 군대 같이 외진 지역에서는 가만히 보면 밤도 정말 밝다. 특히 보름에는 훤하다. 달과 구름에 나 자신도 같이 떠내려가고 싶은 느낌으로 쓴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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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 08Poetiary 2009. 4. 2. 23:56
지난 시를 썼을 때가 언제였던가. 바쁜 일상과 컴퓨터 공부에 시간을 모두 쏟아부으며 지낸 몇 달. 다시 훑어보니 "시적인" 글은 몇 편 썼지만 '시'라고 할 만한 건 없다. 아쉽다. 몇 년 후의 어느 날, 시와 프로그래밍과 리눅스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껏 웃으며 얘기하고 있는 나의 모습은 상상이 잘 안 된다. 그런 모습을 그려보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렇게 자라고 여기까지 왔다. 아직 시간은 많고 나의 자유는 더 많은 경험들을 차곡차곡 자신에게 덧붙이고 있다. 시도 쓰고, 프로그래밍도 하고, 사람들을 사랑하기도 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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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 03Poetiary 2009. 4. 2. 23:49
하늘엔 하루 종일 둥근 형광물질이 떠있었다. 이따금 높고 멀리 담배 연기 같은 흐린 것이 지나다녔다. 하늘은 죽어있어서 더 이상 바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파도치지 않았다. 잔물결이라도 생길까 소리를 질러 보았다. 풀벌레 소리보다 작아서 별과 얘기할 수 없었다. 그리곤 무엇 때문인지 한참을 울었다. - 2009. 4. 2 늦여름, 아니 초가을? 아무튼 맑고 따뜻한 한낮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날씨) 1년 즈음 되어가는 생활이 너무 지겨워서 그저 한없이 우울했다. 둥근 형광물질 = 태양 / 담배 연기 같은 흐린 것 = 구름 막상 글을 쓴 시점은 밤이었는데, 풀벌레 소리와 별 얘기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서 따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