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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2. 14Poetiary 2009. 4. 3. 00:04
입가에는 괜히 미소가 지어지고 하늘을 향해 눈을 굴리게 되고 가슴이 계속 콩닥콩닥 거리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확실한 의지가 가슴 속에서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듯한 느낌. 가족이나 연인에게 사랑을 주거나 받을 때, 친구와 깊은 우정을 주고 받을 때, 잘 모르던 사람과의 만남에서 새로이 기분 좋은 인연이 시작됨을 느낄 때, 그리고 프로그래밍할 때, 나는 이럴 때 저런 느낌이 든다. 당신은 어떨 때 저런 느낌이 드나요? 인생의 강물이 흐르는 걸 편안히 바라보는 그런 느낌.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 솔직한 자신과 대면하는 듯한, 느낌. 어렴풋이나마 자신이 왜 사는지 알 것 같다. 왜 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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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 13Poetiary 2009. 4. 3. 00:01
오늘이 눕고, 시간이 가득한 시선엔 어제보다 별이 빛나고, 꿈꾸는 영혼의 이야기도 밤구름 위에 잠시 쉬고, 크나 작으나 종이배 강물은 똑같이 흘려보내니, 마음도 저만치 떠내려가 경치에 섞여 달맞이꽃 되고. - 2009. 4. 2 불침번이나 경계근무가 끝난 새벽, 일어났던 자리에 피곤한 몸을 누이면 창 밖으로 달과 구름이 흘러가곤 했다. 도시의 불빛 사이에서는 밤에 하늘 볼 일이 별로 없지만, 군대 같이 외진 지역에서는 가만히 보면 밤도 정말 밝다. 특히 보름에는 훤하다. 달과 구름에 나 자신도 같이 떠내려가고 싶은 느낌으로 쓴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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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 08Poetiary 2009. 4. 2. 23:56
지난 시를 썼을 때가 언제였던가. 바쁜 일상과 컴퓨터 공부에 시간을 모두 쏟아부으며 지낸 몇 달. 다시 훑어보니 "시적인" 글은 몇 편 썼지만 '시'라고 할 만한 건 없다. 아쉽다. 몇 년 후의 어느 날, 시와 프로그래밍과 리눅스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껏 웃으며 얘기하고 있는 나의 모습은 상상이 잘 안 된다. 그런 모습을 그려보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렇게 자라고 여기까지 왔다. 아직 시간은 많고 나의 자유는 더 많은 경험들을 차곡차곡 자신에게 덧붙이고 있다. 시도 쓰고, 프로그래밍도 하고, 사람들을 사랑하기도 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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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 03Poetiary 2009. 4. 2. 23:49
하늘엔 하루 종일 둥근 형광물질이 떠있었다. 이따금 높고 멀리 담배 연기 같은 흐린 것이 지나다녔다. 하늘은 죽어있어서 더 이상 바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파도치지 않았다. 잔물결이라도 생길까 소리를 질러 보았다. 풀벌레 소리보다 작아서 별과 얘기할 수 없었다. 그리곤 무엇 때문인지 한참을 울었다. - 2009. 4. 2 늦여름, 아니 초가을? 아무튼 맑고 따뜻한 한낮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날씨) 1년 즈음 되어가는 생활이 너무 지겨워서 그저 한없이 우울했다. 둥근 형광물질 = 태양 / 담배 연기 같은 흐린 것 = 구름 막상 글을 쓴 시점은 밤이었는데, 풀벌레 소리와 별 얘기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서 따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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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0. 04Poetiary 2009. 4. 2. 23:43
언젠가 조금은 환상적인 느낌이 들 때면 눈을 감고 고개를 약간 들고 숨을 깊게 한 번 들이쉬면 수면이 보인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수면이 어디선가 불어오는 빛과 함께 찰랑거린다. 그 일렁임은 아주 부드럽고 어딘가 호흡과 닮아있다. 숨을 쉬어도 물방울 같은 건 전혀 생기지 않는다. 물 속인지 맥주 속인지 알 길도 없지만 하나만은 확실하다. 정말 편안한 느낌이란 것,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아도 충분할만큼. 그건, 음-, 엄마 뱃속 양수 안에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은 아니다. 약간은 시원한 밤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고민 없이 생각 없이 잠이 아주 잘 올 듯한 기분과 함께 푹신하고 넓은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쓴 채로 팔과 다리를 편하게 쭉펴고 눈을 감으면 그제야 전신을 타고 천천히 부드럽게 흐를 듯한 느낌,..